‘일(work)’과 ‘일상(wear)’ 사이, 새로운 경계를 제안하는 패션의 흐름
최근 패션 산업은 브랜드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무대 그 자체가 되고 있다. 전시와 팝업, 그리고 셀렉트숍의 형식은 단순한 상품 판매의 공간을 넘어, 브랜드 철학과 라이프스타일을 공감각적으로 전달하는 매개로 진화 중이다. 특히 성수동을 중심으로 한 ‘신문화 패션 지형도’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리듬과 호흡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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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성수동에서 열린 한 전시는 전통적인 패션 전시의 틀을 과감히 깨고 새로운 방식의 큐레이션을 시도했다. 명찰 대신 손목 팔찌로 입장을 인증하고, 입장 동선 곳곳에 F&B 공간을 배치해 ‘전시를 즐기는 방식’ 자체를 바꿨다. 이곳은 마치 음악 페스티벌처럼 관람자가 능동적으로 참여하며 브랜드와의 연결을 경험하는 장으로 탈바꿈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브랜드 구성도 눈에 띄었다. 단순히 ‘멋’이나 ‘유행’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실용성과 미학을 함께 추구하는 레이블들이 한데 모였다. 특히 덤블 쇼룸 섹션에서는 캐주얼웨어부터 아웃도어, 양말, 액세서리, 신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가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국내 브랜드 ‘앤더슨벨’이나 일본 아웃도어 브랜드 ‘난가’, 그리고 리사이클 고무 소재로 만든 ‘플라스티카나’ 같은 브랜드들이 단순히 제품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서, 그들이 지향하는 가치와 제작 철학을 그대로 녹여낸 공간이었다.
또한, 아이엠샵이 기획한 C구역의 편집숍은 바잉 브랜드들의 섬세한 조합이 돋보였다. ‘문스타’와 ‘이이엘’, ‘마모트’ 등 일상과 아웃도어의 경계를 넘나드는 브랜드들이 소개되며, 바이어뿐 아니라 일반 관람객들의 관심도 동시에 사로잡았다. 특히 한국 시장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브랜드들을 국내 소비자에게 처음 선보인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한편, 패션의 실용적 측면에 주목한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워크웨어 전문 셀렉트숍 ‘아에르웍스’는 산업 현장에서 착용되는 기능성 의류와 장비들을 트렌디한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패션과 직업의 경계를 허문다. 이곳에서 다루는 일본 브랜드 ‘버틀’, ‘티에스디자인’, ‘아이즈 프론티어’ 등은 현장용 안전 장비를 스타일링 요소로 끌어들여, 새로운 ‘워크 스타일’을 제안한다. 더 이상 워크웨어는 특정 업종 종사자만의 영역이 아닌, 실용성과 스타일을 중시하는 모두를 위한 옷이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패션의 의미’를 다시 묻는 흐름으로 읽힌다. 과거의 패션이 보여주기 위한 옷이었다면, 지금의 패션은 ‘어떻게 사는가’에 대한 태도와 철학을 담는다. 새로운 전시 형식, 브랜드 큐레이션, 기능과 스타일을 함께 고려한 제품군. 이 모든 요소가 어우러지며, 패션은 지금 삶을 입고, 공간을 디자인하고, 감각을 공유하는 문화로 확장되고 있다.
결국, 지금의 패션은 ‘무엇을 입느냐’보다 ‘어디서, 어떻게 경험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소비자는 옷 그 자체보다 그 옷이 보여주는 세계에 매료된다. 그리고 브랜드는 더 이상 단순한 판매자가 아닌, 경험과 이야기를 전하는 하나의 큐레이터가 되어야 한다. 성수동에서 시작된 이 새로운 흐름이 앞으로 패션의 판도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지켜보는 일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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