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감도 높은 리포지셔닝으로 진화하는 패션 브랜드 전략

 팬데믹 이후 글로벌 패션 시장은 소비자 성향 변화에 따라 리포지셔닝이 가속화되고 있다. 과거 로고 플레이 중심의 단순한 브랜딩 방식에서 벗어나, 브랜드 본연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럭셔리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시즌별 컬렉션과 스토리텔링을 앞세워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며, 국내 시장에서도 같은 흐름을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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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한 프리미엄 브랜드는 로고 노출을 최소화하고 실루엣과 소재, 컬러 조합을 중심으로 한 감각적인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전체 상품 구성에서 로고 플레이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고, 그 자리를 컬렉션 라인으로 대체하며 브랜드의 정체성을 더욱 선명히 각인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단기적인 판매보다 장기적인 고객 충성도를 확보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과거 인기를 끌었던 아이템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다시 선보이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2010년대 초반을 풍미했던 스니커즈나 아카이브 코트를 복각해, 레트로 무드와 현재의 트렌드를 결합한 제품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패션씬에서 불고 있는 보헤미안과 빈티지 무드가 이 흐름을 더욱 뒷받침하며, 20~30대 고객층의 유입을 확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매장 방문 고객 중 젊은 세대 비중이 높아진 것도 이러한 변화의 성과로 볼 수 있다.

중장년층을 핵심 고객으로 둔 브랜드들도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과거 2~3년 주기로 변화하던 상품 구성은 이제 1년 단위로 짧아졌으며, SNS와 디지털 콘텐츠를 통해 트렌드에 민감해진 고객들의 요구에 맞춰 스타일 다양화를 적극 시도하고 있다. 같은 셔츠라 하더라도 기장, 핏, 색상에서 더 세분화된 선택지를 제공하고, 시즌별로 신선한 조합을 제안하며 구매 주기를 단축시키고 있다.

또한, 특정 대표 상품에 의존하던 브랜드들은 카테고리 확장을 통해 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남성 왁스 재킷으로 잘 알려진 브랜드가 이를 넘어 여성 라인, 캐주얼웨어, 액세서리 등으로 상품군을 넓히며 폭넓은 고객층을 겨냥하는 식이다. 이러한 다각화 전략은 단일 상품군의 한계를 극복하고, 매출 구조를 보다 안정적으로 만드는 데 효과적이다.

결국, 현재 패션 브랜드들이 선택한 리포지셔닝 전략은 단순히 ‘이미지 변신’이 아니라, 고객과의 관계를 장기적으로 설계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트렌드와 클래식, 신선함과 정체성 사이의 균형을 잡는 것이 핵심이며, 팬데믹 이후 변화한 소비 패턴 속에서 이러한 전략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