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 RPG의 반격, ‘라스트 에포크’가 던지는 신호
크래프톤이 ‘라스트 에포크(Last Epoch)’ 개발사 일레븐스 아워 게임즈(Eleventh Hour Games)를 전격 인수하면서 액션 RPG 시장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돌고 있다. 장르의 부활과 다양성을 시도하는 수많은 게임 사이에서 ‘라스트 에포크’가 보여준 성과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특히 전 세계 300만 장 이상이라는 판매량은 단순히 팬심이나 일회성 유행이 아니라, 액션 RPG라는 장르가 여전히 잠재력을 지니고 있음을 입증한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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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수는 크래프톤이 단순히 IP 확장을 넘어서, 장기적 프랜차이즈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는 증거로도 볼 수 있다. 일회성 수익에 급급하지 않고 콘솔 확장과 시즌제 콘텐츠 강화를 명시한 점은 크래프톤의 의도가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에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간 배틀로얄 장르 중심의 단기 집중 전략에서 벗어나, 플레이 타임 기반의 서비스형 게임 모델을 본격화하려는 흐름도 엿보인다.
더 흥미로운 부분은 경영권의 안정성이다. 인수 후에도 기존 경영진 체제를 유지하기로 한 결정은 개발사의 철학과 제작 방향성에 대한 존중이자, 크래프톤이 단순한 ‘돈줄’이 아니라는 인상을 남긴다. 특히 일레븐스 아워 게임즈는 설립 초기부터 액션 RPG에 대한 확고한 비전을 바탕으로 꾸준한 팬층을 쌓아온 개발사다. 이들이 기존의 노선을 유지하면서 크래프톤의 글로벌 퍼블리싱 및 라이브 서비스 인프라를 등에 업는다면, ‘라스트 에포크’는 단순히 성공작이 아니라 ‘성공의 구조’를 설계한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러한 전략이 항상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기대작으로 주목받았던 다수의 중국산 RPG들이 발매 후 혹평을 받으며 사라졌고, ‘제2의 오공’이란 타이틀은 더 이상 기대의 표현이 아니라 조롱에 가까운 경향까지 띠고 있다. 하지만 ‘라스트 에포크’는 이와 달리 출시 이후에도 유저 피드백에 귀를 기울이고 꾸준히 시스템을 다듬어온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특히 단순히 외형적인 스펙이나 그래픽에만 집착하지 않고, ‘빌드 자유도’와 ‘커스터마이징’을 중심으로 한 깊이 있는 게임성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여타 게임들과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인수는 단기적 성과를 넘어서, 국내 게임 시장이 더 다양한 장르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될지도 모른다. 더는 MMORPG 일변도의 구조에서 벗어나 액션 RPG, 로그라이크, 심지어 인디 스타일 게임까지도 중장기 성장 모델로 편입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이제 중요한 건 실행력이다. 크래프톤이 선언한 ‘글로벌 확장’과 ‘라이브 서비스 강화’가 단순히 마케팅 수사에 머물지 않고, 실제 유저의 체감 만족도로 이어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유저들은 더 이상 화려한 말보다 지속적인 콘텐츠 제공과 안정적인 운영을 원한다.
‘라스트 에포크’가 과연 크래프톤의 기대에 부응하며 새로운 프랜차이즈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를 통해 국내 게임 시장이 단조로운 장르 편중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액션 RPG 시장은 여전히 살아있으며, 그 불씨를 다시 살릴 주인공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이번 인수는 단순한 거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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