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새 판 짜기, '종합투자계좌(IMA)' 시대의 서막

 자본시장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금융당국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이하 종투사)의 역할을 한층 더 강화하고, 동시에 투자자 보호와 리스크 관리를 위한 제도적 틀을 정비하고 나섰다. 그 중심에 바로 '종합투자계좌(IMA)'가 있다. IMA는 단순한 투자 상품이 아니다. 개인 투자자 자금을 모아 증권사가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고 이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플랫폼이자, 자본시장에서의 자금 흐름에 커다란 영향을 줄 시스템적 전환점이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종투사에게 보다 많은 모험자본 공급을 요구하며 이들을 국내 실물경제의 자금줄 역할로 본격적으로 자리매김하게 하려는 시도다. 또 다른 하나는 IMA 및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의 운용과 판매 과정에서의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규제 정비다.


다음 콘텐츠이용료대행사에 대한 안내 해당링크에서 확인해 보세요.


특히 모험자본 공급 의무는 시장의 체질을 바꾸는 강력한 조치다. 자본금 8조 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들이 일정 비율로 국내 비상장 기업이나 벤처 등에 자금을 공급하도록 명시한 것이다. 이 비율은 점진적으로 상향돼 2028년에는 조달자금의 25%까지 국내 모험자본에 투입돼야 한다. 이는 곧 증권사가 단순 중개를 넘어 실질적인 투자기관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리스크 감수 능력과 시장 분석력, 운용 역량이 중요해진다.


금융당국은 IMA와 발행어음 상품을 금융소비자보호법상 ‘투자성 상품’으로 규정하면서, 투자설명 의무 역시 강화했다. 이는 과거 발행어음을 둘러싼 리스크 논란을 사전에 방지하고, 투자자 스스로 자신의 투자 성향과 위험 선호도를 인식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장치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제도 개편이 단순한 규제 강화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본시장 역동성을 높이기 위한 인프라 개편도 병행된다. 외화증권의 활용을 보다 유연하게 만든 것이 그 예다. 증권사가 보유한 외화증권을 대차거래나 담보 제공에 활용할 수 있도록 문을 열었다. 물론 그에 상응하는 인력 요건과 내부통제 기준도 함께 강화되었다. 글로벌 자산 운영과 거래의 유연성은 높이고, 시스템 리스크는 줄이겠다는 셈이다.


이처럼 IMA 제도의 정착은 단순히 새로운 상품의 도입이나 사업 인가에 그치지 않는다. 자본시장을 ‘모험자본 중심’으로 재편하고, 증권사를 ‘실물경제와 혁신기업의 파트너’로 탈바꿈시키는 구조 개편의 일환이다. 이러한 변화는 대형 증권사에게는 기회이자 부담일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처럼 이미 자본금을 갖춘 기업들은 앞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지만, 새로운 책무를 감당할 전략과 인프라가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


앞으로 종투사 인가를 받은 기업들은 시장에서 ‘한국형 투자은행’ 역할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들은 단기 수익에 치중한 운용을 넘어 장기적 안목에서의 투자와 기업금융을 통해 자본시장의 방향성을 주도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 내부통제, 리스크 관리라는 고전적인 과제도 결코 가볍지 않다.


이번 제도 개편은 단순한 정책 조정이 아니다. 한국 자본시장이 성장 금융, 혁신 금융의 본질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다. IMA는 그 시작에 불과하며, 그 뒤에는 증권사의 실질적인 변화와 책임 있는 운용이 따라야 한다. 제도의 큰 틀이 마련된 지금, 이제는 그 안을 어떻게 채우느냐가 시장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여름철, 식중독을 피하기 위한 현명한 식습관

감성과 혁신이 만난 FW25 패션, 경험과 가치를 함께 전하다

건강한 수면 습관과 체온 조절이 성인 건강에 미치는 영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