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냉기속성 캐릭터, 이 더위엔 그들이 최고다

 날씨가 날씨인지라, 현실과 게임의 경계가 무너지는 요즘이다. 폭염 속에서 숨만 쉬어도 땀이 흐르는 나날에, 문득 게임 속 캐릭터들이 부러워지는 순간이 있다. 특히나 ‘냉기 속성’을 지닌 존재들을 보면 더 그렇다. 에어컨 리모컨을 더듬으며 느릿하게 눕는 대신, 저들은 걷는 순간마다 서리가 피어나고, 손짓 한 번에 바닥이 얼어붙는다. 이 얼마나 이상적인 여름 파트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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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캐릭터가 있다면 바로 ‘서리 여왕’이라고도 불리는 오버워치의 메이.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눈보라와 냉동빔으로 전장을 꽁꽁 얼려버리는 실속파다. 상대팀 입장에선 공포의 대상이지만, 플레이하는 입장에선 무더위마저 잊게 만드는 쾌감을 선사한다. 특히 궁극기인 눈보라를 사용할 때 퍼지는 효과음을 들으면, 에어컨 바람보다 더 시원하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

그런가 하면 엘든 링에서는 '얼음 도마뱀'으로 불리는 보레알 계열의 적들이 있다. 한 번 엉기면 움직임조차 둔해지는 냉기 데미지에 플레이어들이 진저리를 치기도 하지만, 이맘때쯤이면 오히려 얼음 숨결이라도 한 번 맞아보고 싶어진다. 그 한기에 몸을 맡기면 머리 끝까지 전율이 퍼지며, 찜통 같은 현실을 잊게 해주니까.

또한, 잊을 수 없는 존재가 바로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시바(Shiva)다. 시리즈마다 조금씩 디자인은 다르지만, 일관된 건 ‘우아한 냉기’다. 그저 싸움꾼이 아닌, 얼음을 예술로 다루는 존재랄까. 한여름밤, 그녀의 다이아몬드 더스트를 바라보면 선풍기 세 대 돌리는 것보다 더 낭만적이고 시원하다.

이처럼 여름이면 냉기 속성 캐릭터들이 새삼 재조명된다. 그들의 기술은 단순한 공격이 아닌, 이 더위와 맞서는 작은 판타지다. 마치 손가락 하나로 냉풍을 만들어내는 능력처럼, 무기력한 일상에 작은 활력을 더해준다.

게임이 현실이 될 수 없다는 건 알지만, 가끔은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된다. 어쩌면 이 폭염도 그런 상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작은 핑계일지 모른다. 결국 현실엔 냉기 속성 캐릭터가 없으니, 에어컨 청소라도 제대로 하고, 얼음물 한 컵 들고 게임 속 냉기의 세계로 도피하는 수밖에. 오늘도 냉기 속성 친구들과 함께, 조금은 더 시원한 하루를 보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