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생존을 넘어 재도약을 위한 체질 개선 시동
롯데그룹이 그룹 전체를 관통하는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단순히 실적 악화를 방어하는 수준을 넘어서, 글로벌 경영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장기적 생존 기반을 다지기 위한 ‘혁신 드라이브’가 걸린 셈이다. 특히 이번 하반기 사장단 회의가 이례적으로 1박 2일에 걸쳐 진행되며, 그룹 전체에 걸친 대대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가장 큰 관심사는 단연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한 화학 부문의 재편이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며, 롯데케미칼 역시 그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원가 상승과 글로벌 수요 둔화, 경쟁 심화로 인해 무려 7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롯데는 ‘부분적 협업’이 아닌 ‘전면적 재구성’에 가까운 선택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HD현대케미칼과의 협업을 넘어서, 사실상 NCC(나프타 분해시설) 통합 운영이라는 ‘빅딜’이 논의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NCC는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기반이지만, 과잉 공급과 낮은 수익성 탓에 단일 기업이 독자적으로 생존하기 어려운 구조로 전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HD현대케미칼과의 공동 생산 및 판매 체제 전환, 일부 설비 통합, 가동 효율 최적화 등 다양한 협력 모델이 테이블 위에 올라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움직임은 단순히 비용 절감을 위한 조치가 아니라, 중복투자를 줄이고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 사장단 회의의 핵심은 화학 부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롯데그룹 전반에 걸친 사업 재정비, 리더십 강화, 조직문화 쇄신까지 전방위적인 재설계가 시도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상반기에도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며 강한 위기의식을 드러낸 바 있으며, 이번 회의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특히 그룹 전체가 ‘본업 경쟁력 강화’라는 화두 아래 다시 하나로 모이는 모습은, 단순한 회의 그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이번 회의의 형식이다. 그간 하루 일정으로 짧게 진행되던 사장단 회의가 이틀 일정으로 확대된 것은, 단순히 다룰 안건이 많다는 이유를 넘어서 그룹 내부의 긴장감과 위기감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변화다. 롯데그룹 내부에서도 “정말 이례적인 일”이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그 무게감이 다르다. 경제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하반기에는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등 외부 변수까지 겹치면서 경영 환경은 더욱 녹록지 않다.
이번 VCM은 단순한 진단이 아닌, 명확한 방향성과 실행 전략을 제시해야 할 중대한 분기점이다. 1박 2일이라는 시간 동안 각 계열사 CEO들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넘어 ‘어떻게 다시 도약할 것인가’를 놓고 진지한 토론을 벌였을 것이다. 더 이상 ‘보수적 안정’으로는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 시대, 롯데가 스스로를 혁신의 선상에 올려놓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의미 있는 변화다.
위기 속에서 진정한 리더십은 갈린다. 변화의 기로에 선 롯데그룹이 이번 VCM을 통해 내린 결정은 단지 한 기업의 변화를 넘어서, 대한민국 재계 전반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롯데가 선택한 방향이 생존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될지, 그 실질적 변화는 향후 하반기 행보에서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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