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관에서 셰프까지, 게임 속 이색 직업의 매력
전쟁터에서 칼과 마법을 휘두르던 지휘관이 어느 날 갑자기 오므라이스를 만들기 시작한다면 어떨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요즘 게임 속 세계에서는 그런 일이 종종 벌어진다. 전장을 누비던 캐릭터가 갑자기 포장마차를 열고, 우주를 탐험하던 주인공이 식물 키우기에 몰두하며, 천하를 재패하던 장수가 고양이 미용사로 전직하는 게임까지 등장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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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장르의 경계가 허물어진 배경에는 확실한 이유가 있다. 게임을 단순히 ‘승부’의 공간이 아니라 ‘이야기’와 ‘경험’의 공간으로 받아들이는 이용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전투보다 더 흥미로운 요소로 '직업 놀이'가 떠오른 것이다. 현실에서는 절대 못 해볼 직업이건, 해봤지만 너무 빨리 그만두었던 직업이건, 게임에서는 다시 도전할 수 있다.
최근 출시된 게임 중 ‘요리사’나 ‘카페 사장’ 같은 직업이 유난히 눈에 띄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예전 같았으면 ‘치유형’ 서브 콘텐츠로 분류됐을 법한 요리나 카페 운영이 이제는 게임 전면에 나서서 주제를 주도한다. 플레이어는 아침마다 냉장고를 열고, 레시피를 정하고, 손님에게 음료를 서빙하며 소소한 성취감을 쌓아간다. 이 일상이 반복될수록, 전투와 레벨업으로는 채울 수 없던 허전한 감정을 메워주는 힐링이 찾아온다.
여기에 귀여운 캐릭터와 개성 있는 대사가 더해지면 ‘몰입감’은 배가 된다. 특히 어린아이가 된 강아지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게임이나, 배달 도중 길 잃은 유령과 친구가 되는 카페 운영 게임처럼, 판타지와 현실이 절묘하게 섞인 설정은 이용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감성을 자극한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거래 시스템을 넘어서, 정서적 교감을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다.
물론, 이런 ‘비전투형 게임’이 모두 여유롭고 느긋한 페이스만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제한된 시간 안에 주문을 처리해야 하거나, 빠르게 메뉴를 조합해 최고 점수를 얻는 등, 전혀 다른 형태의 긴장감도 존재한다. 다만 이 긴장감은 칼날이 아니라 국자로 전달되고, 피 대신 라떼 거품이 튄다는 점에서 한층 더 부드럽고 따뜻하다.
e스포츠처럼 경쟁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방향과는 다르지만, 이들 게임은 일상의 틈새에서 짧고 강한 몰입을 유도하며 또 다른 종류의 ‘승부’를 만들어낸다. 누가 더 멋지게 카페를 꾸몄는지, 누가 더 다양한 요리를 수집했는지, 혹은 어떤 이벤트에 가장 감동했는지 같은 이야기로 커뮤니티는 또 다른 열기를 띤다.
전투 없는 게임, 총 한 번 안 쏘는 게임. 그렇다고 긴장감 없고 평이한 게임이라 단정짓기에는 이들이 주는 감정의 깊이가 결코 얕지 않다. 오늘도 어떤 플레이어는 라떼 위에 하트를 그리며, 어떤 플레이어는 낯선 손님에게 말을 걸며, 자신만의 플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결국 게임은 우리가 되어보고 싶은 것을 마음껏 시도해볼 수 있는 ‘무대’다. 그 무대에서 가끔은 전사도, 왕도, 슈퍼히어로도 아닌 ‘동네 카페 사장님’이 되어보는 것도 꽤 괜찮은 선택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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