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의 문턱 앞에 선 가상자산, 조용히 움직이는 월가의 속내
가상자산 규제 법안이 미국 하원에서 무산됐다는 소식에 시장은 일시적으로 흔들렸지만, 정작 전통 금융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월가는 이전보다 훨씬 차분하고 전략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이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장기적인 투자자산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신호는 여기저기서 포착된다. 겉으로는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하던 기관투자자들조차 이제는 뚜렷하게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뱅가드와 JP모건 같은 대형 금융기관들이 디지털 자산에 대해 보이는 변화는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암호화폐를 거품이라 치부하며 외면하던 곳들이다. 하지만 현재는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을 눈에 띄게 늘려가고 있고, 직접적인 암호화폐 매수보다는 디지털 자산과 관련된 간접 투자 전략을 통해 시장에 발을 담그고 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스트래티지 같은 비트코인 중심 기업에 대한 지분 확대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단순한 ‘관심’ 수준이 아니라, ‘정책 변화에 대비한 포지셔닝’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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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통과 실패가 오히려 ‘기관의 진입 지점’이라는 분석도 있다. 규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가격은 출렁이게 마련이고, 이는 기관에게 더 유리한 진입 기회를 제공한다. 전통 금융사들은 개인 투자자들과 달리 ‘지금이 바닥이다’라는 명확한 판단보다, ‘이제는 들어가도 되는 환경인가’라는 시그널을 찾는다. 그리고 그 시그널은 ‘정책 기조의 변화’와 ‘정치권의 태도’에서 읽는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공화당을 중심으로 디지털 자산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퍼지고 있고, 이를 계기로 가상자산 시장이 정치적으로도 새로운 판을 짜게 됐다. 단순히 한두 개의 법안이 부결됐다고 해서 그 흐름이 꺾인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오히려 이번 부결은 전체적인 판을 짜기 위한 ‘조정 국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술과 금융의 융합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탈중앙화를 핵심으로 내세우지만, 그 위에서 움직이는 자산들은 점차 제도권의 논리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그 과정에서 규제는 필수적이며, 이 규제를 주도하는 정치와 이를 해석하는 금융은 매우 정교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표면’보다 ‘이면’을 들여다볼 때다. 비트코인의 가격 등락에 일희일비하는 사이, 월가의 ‘큰손’들은 조용히 다음 국면을 준비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든, 되지 않든 그들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흐름은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가상자산이 제도권으로 진입하는 날, 우리는 ‘그때 이미 조짐은 있었다’고 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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